빛을 모으는 식물 – 부활초 셀라지넬라의 생환 실험기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얻어 온 부활초. 말라붙은 채로 상자에 담겨 온 부활초를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실망감이 먼저 들었다. “이게 식물이라고?” 회색 먼지가 뿌옇게 낀 종이뭉치처럼 보였고, 손에 쥐자 바삭바삭한 느낌까지 났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봤던 ‘기적의 식물’이라는 말이 떠올라, 궁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을 부었다.
첫 만남 – 정말 살아있을까?
접시에 물을 담고 부활초를 살짝 얹었다. 처음 10분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속은 건가…” 하는 불안이 스쳤지만, 30분쯤 지나고 나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말려 있던 가장자리 잎들이 천천히 말리듯 펴지기 시작했다. 잎 끝이 초록빛으로 물들어가고, 마치 숨을 쉬듯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1시간이 지나자 전체적으로 녹색이 퍼지며 정말로 ‘살아나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정말 살아있었구나.” 그날 나는 처음으로,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던 식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그러나, 실패도 있었다 – 물을 너무 오래 주면?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을 줬다. 그런데 5일째 되던 날, 잎 끝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물이 고여 있는 접시 안에 하루 종일 식물이 잠겨 있었던 게 문제였다. 뿌리 쪽은 썩기 시작했고, 특유의 이상하고 꾸릿한 곰팡이 냄새가 올라왔다.
순식간에 내가 되살린 식물을 다시 죽일 뻔했다.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다가 급히 부활초를 꺼내 종이 타월에 놓고, 하루 정도 바짝 말렸다. 그리고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하루 물을 주고, 하루는 말리는 패턴으로 바꿨다.
다행히 이후로는 곰팡이도 생기지 않았고, 잎도 천천히 본래의 녹색을 되찾았다. 부활초는 살아있었다. 다만, 생존과 죽음의 사이에서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실패담을 통해 몸소 깨달았다.
빛의 위치를 기억하는 식물
흥미로운 건 부활초가 물을 흡수하고 2~3일 정도 지나면, 잎의 방향이 바뀐다는 점이다. 처음엔 위로 말려 있던 잎이 점차 수평으로 퍼지면서 햇빛이 잘 드는 방향을 향해 기울었다. 나는 그 모습이 마치 ‘햇빛을 향한 기억’을 지닌 듯해 신기했다. 식물에도 방향 감각이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본 느낌이었다.
재탈수 실험 – 다시 말리면 어떻게 될까?
7일 정도 물을 주고 키운 후, 일부러 물을 끊고 식물을 말려보았다. 처음처럼 완전히 마르지는 않았지만, 3일쯤 지나자 잎이 다시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물을 주자, 약간 더디긴 했지만 부활초는 또다시 ‘부활’했다.
이 과정을 3회 반복했을 때, 나는 확신했다. 이 식물은 단순한 희귀식물이 아니라, 자연 속 생명력의 상징 같은 존재라는 걸. 실험이 끝난 뒤에도 나는 부활초를 창가에 두고 주기적으로 생환 실험을 반복하고 있다.
관리 팁 – 경험에서 얻은 교훈
- 물을 줄 땐 얕게, 그리고 너무 오래 담그지 말 것
- 직사광선은 피하고, 간접광이 많은 곳에 두면 좋음
- 하루 또는 이틀 간격으로 말리는 시간을 확보해야 부패 방지
- 접시에 올려놓는 방식이 제일 안정적이고 시각적으로도 좋음
마무리하며
부활초를 직접 키워보며 느낀 건 단 하나다. 식물은 ‘죽음’이 아니라 ‘멈춤’ 상태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보기에 끝나버린 것 같아도, 자연은 다시 숨을 쉬고 다시 자라난다. 이 식물 하나가 내게 준 교훈은 단순한 키움 이상의 경험이었다.
식물에 관심이 많거나, 여름철 건조한 계절에도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다면 셀라지넬라, 이 부활초야말로 최고의 콘텐츠 소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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