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도 주고 물도 줬는데, 왜 시들었을까? 욕실에서 식물을 키우다 실패한 이야기

 

습도도 주고 물도 줬는데, 왜 시들었을까? 욕실에서 식물을 키우다 실패한 이야기

식물을 욕실에 두면 자연스럽게 습도도 높고, 물 주기도 편해서 잘 자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첫 반려식물인 고사리를 욕실 한 켠에 조심스럽게 두고, 매일 샤워할 때마다 식물에게 안부를 건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물은 점점 힘을 잃었고, 결국 고사리의 마지막 잎이 갈색으로 변해 떨어지는 날, 나는 그제서야 "내가 뭘 잘못한 걸까?"를 되묻게 되었다.

이 글은 욕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식물을 키우려다 실패한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를 솔직하게 분석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욕실 식물 키우기, 시작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처음 고사리를 욕실에 들여놓을 때는 기대감이 컸다. 습도가 유지되고, 물 주기도 쉬우며, 공간도 감성적으로 바뀔 거라 생각했다. 화분 받침도 설치하고, 통풍도 어느 정도 신경 썼다. 샤워 후에 자연스럽게 수분이 식물에게 공급되는 구조는 꽤 그럴듯해 보였다.

문제는 '빛'이었다. 욕실엔 창문이 없었고, 조명은 따뜻한 전구색 간접등 하나뿐이었다. 내가 느끼기엔 꽤 밝은 편이었지만, 식물에게는 그 빛이 거의 ‘어둠’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고사리의 변화를 기록하다

첫 일주일간은 큰 변화가 없었다. 물도 잘 머금고 있었고, 잎 상태도 괜찮았다. 하지만 10일째부터 잎 끝이 마르기 시작했고, 새로운 잎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때는 단순히 통풍 부족이라고 생각해 욕실문을 열어두기도 했고, 물도 자주 줘봤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역효과였다. 과습이 시작됐고, 뿌리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잎은 점점 처지고, 색은 노랗게 변했고, 마지막엔 마치 종잇장처럼 말라버린 잎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놓쳤던 핵심: 광합성 없는 욕실은 생존이 아닌 ‘버티기’였다

내가 실패한 진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빛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과 습도는 단기적으로 식물을 지탱할 수는 있지만,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식물은 점점 에너지를 잃는다.

나는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이유를 자꾸 흙, 물, 통풍, 온도에서 찾았다. 그런데 식물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빛’이었다. 그것도 사람 눈에 밝게 느껴지는 조명이 아니라, 식물에게 유효한 스펙트럼의 빛이었다.

 

실패에서 배운 점

• 욕실 식물 인테리어는 감성이 아닌 생태 조건부터 고려해야 한다
• 빛이 없는 공간에 식물을 둘 땐, 반드시 LED 식물등이 필요하다
• 물과 습도만으로는 절대 식물을 살릴 수 없다
• 처음부터 환경 분석을 하고, 맞는 식물과 보조도구를 함께 들여야 한다

그 후, 다시 시도한 욕실 정글 만들기

식물을 한 번 잃고 나니, 두 번째 시도는 더 신중해졌다. 이번엔 LED 식물등을 먼저 설치했고, 방습 가능한 위치와 각도를 고려해 식물을 다시 들였다.

LED를 설치한 후, 같은 식물이라도 눈에 띄게 다르게 자랐고, 잎 색과 줄기의 탄력, 새로운 싹의 발생까지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실패는 아팠지만, 그 실패 덕분에 진짜 식물이 원하는 환경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내 공간의 ‘함께 사는 생명체’로서 식물을 대하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식물을 키운다는 건, 그 생명에 대해 배우는 일이다. 물과 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고사리를 통해 배웠다. 욕실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식물에게는 쉽지 않은 공간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적절한 도구와 이해가 필요하다.

혹시 당신도 욕실에 식물을 들여놓고자 한다면, 나의 이 실패담이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빛 없이 식물은 단 한 잎도 살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