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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식물 가이드

초보자 흙 배합 10레시피 — 집에서 쉽게 따라 하는 관엽·다육·허브 흙 만들기

by 식물과 나 2025. 9. 19.

초보자 흙 배합 10가지 레시피 — 집에서 쉽게 따라 하는 관엽·다육·허브 흙 만들기

1. 가장 기초는 — 흙은 ‘물은 잘 빠지고, 촉촉함은 살짝 남는’ 쿠션이면 된다

흙 배합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핵심은 많을 필요가 없이 딱 두 가지다. 물이 잘 빠질 것, 그리고 촉촉함이 조금은 남을 것이다. 물이 잘 빠지면 뿌리가 숨을 쉬고, 촉촉함이 남으면 갑자기 마르지 않아 초보자도 실수할 여지가 줄어든다. 그래서 보통은 코이어/피트 같은 촉촉 재료와 펄라이트·마사·굵은 모래 같은 바스라지는 재료를 섞어 균형을 만든다. 손에 한 줌 쥐었다가 폈을 때 살짝 뭉쳤다가 톡 치면 부서지면 딱 좋다. 이 생각으로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을 정리하여  10가지 레시피를 한 번에 적어볼 예정이다. 모두 각종 도서와 집사들의 생각을 정리하였고 나의 경험담도 같이 참고하였다.

 관엽 기본은 코이어 40%·펄라이트 30%·질석 20%·완숙퇴비 10%다. 밝은 곳 관엽은 코이어 35%·펄라이트 35%·마사 20%·질석 10%다. 음지 관엽은 코이어 50%·펄라이트 25%·질석 15%·마사 10%다. 몬스테라·필로덴드론 대형은 코이어 35%·펄라이트 30%·마사 20%·수피 15%다.

 

고무나무처럼 무게감 있는 화분은 코이어 30%·펄라이트 30%·마사 30%·질석 10%다. 다육·선인장은 마사 40%·굵은 모래 25%·펄라이트 25%·코이어 10%다. 다육 커팅·발근은 펄라이트 50%·마사 30%·질석 20%다. 허브 씨앗 발아는 상토 60%·펄라이트 20%·질석 20%다. 허브 성체는 상토 45%·펄라이트 30%·마사 15%·질석 10%다. 수태 느낌의 통풍 배합(난·착생 관엽)은 코이어 칩 40%·수피 30%·펄라이트 20%·질석 10%다. 그렇다고 이 숫자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 집이 너무 건조하면 코이어·질석 쪽을 5~10%p 늘리고, 너무 눅눅하면 펄라이트·마사 쪽을 5~10%p 늘리면 된다. 분갈이 직후에는 화분 옆면을 톡톡 치며 물을 천천히 흠뻑 줘 공기 주머니를 빼고, 받침의 물은 바로 버리면 힘들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2. 따라 하기 순서 — 자리·화분·물주기만 맞추면 실패가 확 줄어든다

같은 흙이라도 놓는 자리화분 재질에 따라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북향 같은 어두운 자리나 바람이 적은 실내 깊숙한 위치라면 촉촉 재료를 5~10%p 늘려주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햇빛이 강하고 바람이 잘 통하면 배수 재료를 5~10%p 더하는 쪽이 좋다. 화분이 플라스틱이면 물이 오래 남아 배수 쪽을 조금 더하고, 테라코타면 물이 빨리 날아가 촉촉 재료를 더하면 균형이 맞는다. 물주기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손가락으로 상면 2cm를 만져 말랐는지 보고, 화분을 들어 봐서 “아까보다 가볍다”가 느껴질 때 주면 된다. 잎이 축 늘어지기 전에 주는 게 포인트다.

 

나처럼 예전의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세 가지다. 첫째, 배수구를 흙으로 막아버리는 일이다. 바닥에는 배수망을 얇게 깔고 자갈층은 과하게 두껍게 쌓지 않는다. 둘째, 퇴비를 많이 넣는 일이다. 10% 이내만 넣어도 충분하며, 초보자는 퇴비 없이 시작해도 좋다. 셋째, 분갈이 다음에 물을 아끼는 일이다. 첫 물은 충분히 흘려 보내 ‘공기만 가득한 구멍’을 없애야 뿌리가 안정을 찾는다. 허브 씨앗은 표면만 미스트로 적시고, 발아 후 7~10일 간격의 얕은 관수로 뿌리가 아래로 뻗게 유도하면 된다. 다육은 성장기에 아주 묽게, 관엽은 자리 잡은 뒤 반 희석 농도로 비료를 시작하면 안전하다. 표면이 하얗게 말라 하얀 가루가 보이면 수돗물 성분과 먼지일 때가 많아 미지근한 물로 한번 씻어 주고 마지막만 증류수로 훑으면 정말로 깔끔해진다.

 

 

3. 내 경험담 — 작은 실험으로 ‘우리 집 표준 배합’을 찾으니 편해졌다

나는 원룸에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창이 북동향이라 낮에도 은은한 밝기였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본 배합을 그대로 따랐는데 어떤 화분은 자주 젖어 있고 어떤 화분은 금방 말라서 물주기 타이밍을 자꾸 놓쳤다. 그래서 같은 식물 두 화분을 준비해 배합만 다르게 섞어 보았다. 하나는 관엽 기본(코이어 40·펄라이트 30·질석 20·퇴비 10), 다른 하나는 같은 배합에서 펄라이트 10%p를 더하고 코이어 10%p를 줄였다. 그리고 2주 동안 달력에 무게 느낌(가벼움/보통/무거움)과 상면 2cm 상태(젖음/촉촉/마름), 잎 탄력(좋음/보통/축 처짐)을 체크했다. 결과는 의외로 분명했다. 내 집처럼 바람이 약한 실내에서는 펄라이트를 조금 더 넣은 쪽이 물이 덜 고이고 뿌리 상태가 안정적이었다. 이후에는 관엽을 키울 때 펄라이트 비중을 기본보다 5~10%p 높이는 것을 ‘우리 집 표준’으로 정했고, 물주기는 “상면 2cm 마름 + 화분이 가볍게 느껴질 때”만 주니 실패가 크게 줄었다. 다육은 마사와 굵은 모래 비율을 높였더니 과습 걱정이 사라졌고, 허브 씨앗은 상토 위에 얇게 펄라이트를 뿌려 표면만 촉촉하게 유지하니 발아가 고르게 들어왔다.

 

 정리하여 요약하자면 첫째, 흙은 잘 빠지고 살짝 남는 느낌이면 된다. 둘째, 집의 빛과 바람에 맞게 배합을 5~10%p만 미세 조정하면 된다. 셋째, 분갈이 직후 첫 물은 충분히, 그다음부터는 상면 2cm·무게·잎 탄력 세 신호를 보며 주면 된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초보자도 금방 감을 잡게 되고, 내 경험처럼 “우리 집에서 통하는 배합”이 금방 만들어져 관리가 훨씬 쉬워진다.

초보자 흙 배합 10레시피 — 집에서 쉽게 따라 하는 관엽·다육·허브 흙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