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도 물도 충분했는데 왜 죽어갔을까? 빛 조도와 반사광의 중요성

 

햇빛도 물도 충분했는데 왜 죽어갔을까? 빛 조도와 반사광의 중요성

실내에서 반려식물을 키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당혹스러운 순간이 있다. 매일 아침 커튼을 걷고, 물도 일정하게 주고, 식물 전용 영양제까지 사용했는데 식물의 잎은 시들고, 색은 누렇게 변해간다.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물이 부족했나 실내가 너무 추운건가? 그 때부터 이것저것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 글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히 '햇빛이 부족했나?'라는 문제에서 시작해, '빛 조도(Light Intensity)'와 '반사광(Reflected Light)'이 식물 생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게 된 과정을 소소하게나마 적어볼까 한다.

식물에게 있어 '빛'이란 단순한 햇빛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햇빛 잘 드는 창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 말을 믿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었다. 우리 집 거실은 남서향이고, 오후엔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하지만 식물은 점점 시들시들 기력을 잃어갔다. 잎이 마르고 줄기는 휘어지고 있었다. 처음엔 과습을 의심했지만, 토양도 괜찮았고 물주기 간격도 아주 열심히 지켰다.

 

그때 알게 된 개념이 ‘빛 조도’다. 이는 식물이 실제로 받아들이는 빛의 강도를 의미한다. 햇빛이 있어도 커튼, 유리창, 집안 구조 등에 따라 빛의 강도는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식물에게는 광합성을 유도하는 일정 수준의 빛 강도가 필요한데, 우리가 느끼는 ‘밝다’는 기준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사광의 힘: 식물이 거울을 좋아하는 이유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개념이 바로 ‘반사광’이다. 벽지 색이나 주변 물건들이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함에 따라 식물이 받는 빛의 양은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키우던 식물은 흰 벽 앞에 있을 때보다, 나무색 가구 옆에 있을 때 더 빨리 시들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어두운 표면은 빛을 흡수하고, 밝은 표면은 빛을 반사해서 식물에게 추가적인 광량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시도한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식물 뒤쪽에 작은 화이트보드를 세웠고, 화분 옆에 반사용 은박지를 일부 붙여 보았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니  잎 색이 서서히 변하고, 새로운 잎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키우던 식물 이야기: 드라세나의 기적

내가 가장 아꼈던 식물은 드라세나였다. 사무실 책상에 두고 키우던 식물인데, 이 식물은 다른 반려식물들보다 좀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내등만 강렬하고 햇빛이 약한 공간에 두고 한달정도 지나자 잎이 갈변하고, 줄기가 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내 온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온도는 일정했고, 물도 문제없었다.

결국 내가 바꾼 건 단 하나였다. 식물의 위치. 기존 책상에서 창문과 더 가까운 쪽, 그리고 주변이 흰 벽으로 되어 있는 자리로 옮겼다. 동시에 은색 반사판도 세워봤다. 변화는 의외로 빠르게 나타났다. 너무 강렬한 햇빛은 피하는게 좋지만 하루에 1-2시간 정도 충분히 햇빛을 쬐어주었더니 7일 만에 잎이 더 단단해졌고, 2주 후에는 새순이 자라기 시작했다.

 

초보 식물집사에게 전하고 싶은 팁

• 식물이 있는 공간의 벽 색상을 체크하세요. 흰색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 빛이 직접적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반사광을 이용해 보세요.
• 빛 조도 측정 앱을 사용해 실제 광량을 확인해보세요. 무료 앱도 많습니다.
• 창문 유리도 필터가 됩니다. 창문 너머라도 빛의 세기가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식물을 키우는 일은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 생명과 교감하는 아주 행복하고 보람있는 행위다. 나처럼 빛도 주고 물도 주었는데 식물이 자꾸 시든다면, 지금 이 순간 '빛의 질'을 다시 점검해보자. 때로는 아주 작은 반사판 하나가 식물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