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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식물 가이드

식물도 계절 앓이라는 걸 할까? 계절에 민감한 식물들의 미묘한 변화

by 식물과 나 2025. 4. 25.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식물들도 우리처럼 계절을 느끼고 변화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봄이 오면 약속이나 한듯 예쁘게 푸릇푸릇 새 잎이 돋고, 여름이면 그 잎이 풍성하면서 무성해지며, 가을엔 색이 짙어지고, 겨울엔  천천히 쉬어간다. 마치 감정을 지닌 존재처럼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나는 매일의 감정을  느끼고 기록한다. 이 글에서는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물들의 변화와, 나의 감정 기록 루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쓰고자 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의 변화

식물은 온도, 습도, 일조량, 그리고 낮의 길이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생장 속도와 외형에 변화가 제법 있다. 어떤 식물은 잎의 색이 진해지고, 어떤 식물은 성장을 멈춘 채 조용히 휴면기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 변화는 미묘하지만, 꾸준히 바라보면 분명히 느껴진다. 나는 그런 변화를 초기에는 느끼지 못했다가 공부를 할수록 온 몸으로 느끼며, 나의 감정 키워드와 연결해 라벨링을 하곤 했다.

계절에 민감한 식물 4가지

1. 칼라디움 (Caladium)

칼라디움은 여름엔 화려한 무늬와 색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가을이 되면 잎이 서서히 마르며 휴면기에 들어간다. 나에겐 이 모습이 ‘열정의 식물’이었다가, ‘쉼의 식물’로 바뀌는 상징이 된다. 나는 칼라디움 잎이 떨어질 때마다 나도 역시 칼리디움에 동화되어 ‘내가 쉬어야 할 때구나’ 하고 감정 라벨을 ‘휴식’으로 바꾸곤 한다.

2. 산세베리아 (Sansevieria)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식물 산세베리아는 계절에 따라 눈에 띄는 변화는 적지만, 온도가 떨어지면 성장을 멈추고 스스로 에너지를 아낀다. 나도 이 식물을 통해 ‘멈춤’이라는 감정과 친해졌다. 무기력함을 나쁘게 느끼기보다, 식물처럼 잠시 숨 고르기라 여기며 잠시 쉼의 시간을 갖게 된다. 

 

 

3. 베고니아 마큘라타 (Begonia maculata)

이 반점무늬 베고니아는 여름엔 아주 무성하지만, 가을이 되면 잎이 얇아지고 약해지면서 축 처지는 것이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 나는 작년  가을에 유독 감정 기복이 심했을 때 베고니아가 함께 마르듯 위축되는 걸 보고 깊은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식물도 버티는 계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적잖은 위로를 주었고 그러함에 나에겐 베고니아가 따뜻하게 다가왔으며 고맙게까지 느꼈다.

 

 

4. 옥살리스 트라이앵귤라리스 (Oxalis triangularis)

이름이 다소 길고 어려운 식물인 옥살리스 트라이앵귤라리스의 보랏빛 잎이 낮에는 활짝 펼쳐지고 밤에는 오므라드는 계절에 따라 잎의 농도가 바뀌는걸 확인할 수 있다. 햇빛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엔 색이 깊어지면서도 느릿해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다. 나는 이 식물에 ‘내면’이라는 키워드를 붙이고, 외부보다 내 감정에 집중하고 싶은 날 함께 시간을 감사하게 보낸다.

식물도 계절 앓이라는 걸 할까? 계절에 민감한 식물들의 미묘한 변화
옥살리스

계절 변화와 감정 기록 루틴의 연결

나는 식물을 키우며 매일 아침 잎의 상태와 색, 크기를 관찰한다. 확실한 변화가 느껴지면 오늘의 감정 키워드를 붙인다. 초록이 선명할 땐 ‘희망’, 색이 바래면 ‘조용함 또는 차분함’, 잎이 떨어지면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식물은 나보다 먼저 계절을 받아들이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감정을 먼저 배우곤 한다.

작년 가을, 베고니아 마큘라타의 잎 끝이 갈색으로 말라가던 시기엔 나도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물 조절을 잘못한 걸까 자책도 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지금 쉬고 싶은 계절을 맞이한 건 아닐까’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날은 감정 라벨에 ‘자책’이라고 적고, 그 옆에 작게 ‘그러나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 한 마디가 하루를 바꾸는 위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계절을 견디는 식물처럼, 나도

계절이 바뀌면 누구나 조금씩 흔들리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작게나마 겪는다. 몸도 마음도 리듬을 잃기도 하고, 감정이 둔해지기도 한다. 나는 그런 날, 식물을 들여다보며 위로를 정말 많이 받는다. 화려하게 피어나다가도 조용히 잎을 떨구고, 아무 일 없던 듯 새싹을 내는 그 아이들을 보면, 나도 계절을 견디는 중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나에겐 그 과정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기장이 되었다. 물을 줄까 말까 고민하던 날, 나도 내 감정에 물을 줄지 말지 망설였고, 잎이 반쯤 떨어진 날엔 나의 의욕도 그만큼 줄어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식물은 어느 날 다시 싹을 틔웠고, 나도 그 날 이후 다시 글을 쓰면서 힘이 나기 시작했다.

당신도 혹시 계절이 바뀌면서 감정의 잔잔한 파동을 느낀다면, 식물을 키워보기를 바란다. 아주 작은 변화를 매일 바라보는 일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지만 계절을 살아내며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