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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식물 가이드

가을 일조시간 급감, 이렇게 쉽게 해결하자 — 거리·각도·시간

by 식물과 나 2025. 10. 16.

가을 일조시간 급감, 이렇게 쉽게 해결하자

1.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실패담 포함)

요즘처럼 가을날씨에는 해가 낮아지고 낮 시간이 서서히 줄어든다. 자세히 들여가보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각도도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에 밝던 자리가 가을에는 먼저  그늘이 된다. 나는 이 변화를  다소 가볍게 봤다가 작년 10월 정확히 1년전에 크게 고생한 적이 있다. 창에서 1미터 떨어진 선반에 식물을 그대로 둔 채, 잎이 축 늘어진 것을 물이 부족하고 건조하구나로 오해해 물을 더 줬던 기억이 있다. 며칠 뒤 흙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버섯파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급한대로 LED를 켰지만 옆에서 비추는 각도였고, 타이머 없이 손으로 켰다 껐다 하다 보니 하루 4시간도 다 못 채웠다. 햇빛이 부족하고 과습이 함께 온 전형적인 실패였다.

핵심은 이것이다. 가을의 많은 문제는 이 아니라 에서 시작한다. 빛이 부족하면 잎이 길어지고 색이 흐릿해진다. 흙은 더디게 마른다. 이때 물을 더 주면 과습 루프가 시작된다. 초보라도 표지판은 쉽게 볼 수 있다. 새잎이 길쭉하고 마디가 벌어지면 빛이 부족하다. 잎 표면의 광택이 사라지면 시간도 부족하다. 표토가 오래 젖어 있으면 증산이 줄었다는 뜻이다. 분무로 해결하려 들면 곰팡이와 벌레가 먼저 온다.

내가 했던 또 다른 실수를 고백하자면  잎 가장자리의 연한 노란 기운을 질소 부족으로 착각하여 비료를 들이부었다. 하지만 원인은 빛 부족이었다. 반대로 잎끝이 점처럼 하얗게 탄 건 조명이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순서를 정했다. 거리 → 각도 → 시간을 먼저 조정하고, 그다음 물과 비료를 신경써준다. 이 순서만 지켜도 절반은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빛이 약한지 빠르게 확인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 낮에 책 페이지를 창가와 선반 자리에서 각각 펼쳐 보라. 글자가 선명하고 손 그림자가 또렷하면 상대적으로 밝은 곳이다. 손 그림자가 흐리고 글자가 탁해 보이면 빛이 부족한 자리다. 온도보다 빛이 먼저라고 기억하면 판단이 쉬워진다.

  • 한 문장 요약: 애매하면 물보다 빛부터 의심한다.
  • 도장은 “잎과 줄기가 괜히 길어지는 현상”이다. 대부분 빛 부족 때문이다.
  • 창 방향별 난이도: 남향 쉬움 → 동·서향 보통 → 북향 어려움(조명 도움 필요).

2. 바로 따라 하는 해결법 (거리·각도·시간 + 물주기)

거리: 창과 화분 사이를 과감히 줄인다. 한 번에 20~40cm 당겨 본다. 조금씩 옮기면 효과가 잘 체감되지 않는다. 북향 베란다라면 1.2m 떨어진 선반을 0.4m까지 당기는 수준을 권한다. 커튼, 난간, 큰 잎처럼 그림자를 만드는 물건도 잠시 치운다.

 

각도: 빛은 잎 윗면을 향해 거의 수직으로 들어가야 한다. 천장 간접등이나 옆에서 스치는 빛은 길이만 늘린다. 하얀 종이·폼보드·알루미늄 포일을 조명 뒤와 옆에 세워 반사판처럼 쓰면 그림자가 줄고 같은 조도로 더 넓게 비춘다. 잎끝이 하얗게 마르면 조명을 5~10cm 뒤로 빼고 하루 관찰한다.

 

시간: 스마트 플러그나 멀티탭 타이머로 매일 같은 시간에 7~9시간을 켠다. 주말에도 변동 없이 유지한다. 손으로 켜면 금방 흐트러진다. 일정한 시간이 새잎의 두께와 색을 지켜 준다.

 

물주기: 여름 습관을 그대로 쓰면 과습에 빠지기 쉽다. 건조곡선 리셋을 해 보자. 완전 건조를 0일로 잡고 1·3·5·7일에 흙 표면과 무게를 손으로 느껴 기록한다. 표토 2cm가 마르고 화분이 가볍게 느껴질 때 충분히 주고, 다음 관수까지 걸린 날짜를 새 간격으로 삼는다. “조금씩 자주”보다 “충분히 주고 충분히 말리기”가 안전하다.

  • 오늘 10분 플랜: 화분을 창 쪽으로 30% 당기고, 조명 각도를 잎 윗면에 맞추고, 타이머 8시간 설정.
  • 내일 5분 플랜: 반사판을 세우고, 지나친 근접 조명만 5~10cm 뒤로.
  • 일주일 점검: 같은 시간·같은 자리에서 사진 1장으로 전·후 비교.
  • 간이 측정: 휴대폰 조도 앱으로 값의 “변화 폭”만 본다. 20~30% 떨어지면 자리 재조정.

3분 반사판 만들기: A4 하얀 종이 두 장을 책등처럼 세워 ㄴ자 또는 ㅅ자 모양으로 고정한다. 조명 뒤·옆에 세우면 그늘이 옅어진다. 폼보드가 있다면 더 좋다. 테이프 한 줄이면 끝이다.

 

시간 가이드(예시): 다육·허브 6~8시간, 관엽 8~10시간을 권장한다. 시작은 낮게, 일주일 간격으로 1시간씩 늘리며 반응을 본다. 식물이 좌우로 기울면 각도를 먼저 바로잡고, 그다음 시간을 조정한다.

 

작은 팁: 허브·다육은 밝은 자리와 짧은 물주기를, 몬스테라·필로덴드론 같은 관엽은 일정한 시간과 안정적인 물주기를 좋아한다. 한 공간에 섞여 있다면 “밝음 그룹”과 “그늘 그룹”으로 나눠 놓고 조명 시간을 다르게 준다.

3. 실제 적용과 체크리스트 

나는 9월 말에 한꺼번에 정리했다. 창과의 거리를 80cm 줄였고, 조명을 잎 윗면에 수직으로 내렸다. 하얀 폼보드를 세워 그림자를 줄였고, 타이머는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8시간으로 고정했다. 물주기는 3일 간격에서 6~7일 간격으로 늘렸다. 분무는 끊었다. 2주 뒤 버섯파리가 사라졌고, 3주 뒤 새잎 가장자리가 단단해졌다. 한 달이 지나자 잎 사이 간격이 촘촘해지고 색이 또렷해졌다.

  • 거리: 창과의 간격을 최소 30% 줄인다.
  • 각도: 잎 윗면을 향해 수직으로 비춘다. 반사판을 활용한다.
  • 시간: 타이머 7~9시간, 주말 포함 계속 동일하게 유지한다.
  • : 건조곡선 리셋으로 간격을 다시 잡는다.
  • 비료: 빛이 안정된 뒤 절반 농도로 시작한다.
  • 기록: 전·후 사진으로 변화를 확인한다.
  • 의심: 애매하면 물보다 빛을 먼저 점검한다.

자주 묻는 질문, 아주 짧게

  • 조명 색온도는? — 4,000K 안팎이면 무난하다. 중요한 건 각도와 시간이다.
  • 창문이 북향뿐이라면? — 조명은 필수다. 대신 반사판과 거리 조절로 효율을 올린다.
  • 몇 시간부터 효과가 보일까? — 보통 2~3주면 새잎 두께와 색이 달라진다.
  • 분무는 전혀 안 하나? — 통풍이 좋고 흙이 잘 마른다면 가끔 가능하다. 기본은 관수 리듬이다.

체크리스트 10초 점검: 잎이 한쪽으로 기울었는가? → 각도 조정. 흙이 오래 젖는가? → 거리·시간 보강. 새잎 색이 흐린가? → 시간 1시간 추가. 벌레가 보이는가? → 과습 흔적과 잎 뒷면부터 확인.

 

루틴 타임라인: 주 1회 일요일 낮 12시, 창 앞·중간·안쪽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반사판 각도를 조정한다. 격주 1회 물주기 간격을 재평가해 1일 늘릴지 판단한다. 월 1회 가장 약한 두세 화분만 우선 자리 교체한다. 작은 성공을 모으면 전체가 안정된다. 가을은 빛이 줄어드는 계절이지만, 거리·각도·시간만 잡으면 초보도 충분히 이긴다.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잘 적응한다 싶었지만 그 후에도 나는 실패를 두 번 더 했다. 조명을 새로 바꾼 날, 욕심을 내서 시간을 4시간에서 10시간으로 갑자기 늘렸다가 잎끝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큰 잎을 앞줄에 두어 뒤쪽 소형 화분이 완전히 그늘이 되기도 했다. 해결은 단순했다. 시간을 이틀 간격으로 1시간씩만 늘리고, 키 높은 화분은 뒤로, 낮은 화분은 앞으로 재배치했다. 초보라도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나처럼 같은 실수를 안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