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게 감정을 털어놓는 법 – 식물 대화 연습 루틴
감정을 표현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원래 속마음을 쉽게 꺼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에게도쉽게 속마음을 말하지 못한 감정이 자꾸만 마음속에 쌓였고, 어느 날은 그 감정들이 무거워서,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우연히, 내가 키우던 식물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나 오늘 좀 안 괜찮았어." 정말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 순간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냥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순간이 온 것이다.
왜 식물에게 말을 걸면 위로받는 느낌이 들까?
식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 사람과 대화할 때처럼 눈치를 보거나 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나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었고, 그 말이 어디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처음에 그 말을 하는 게 살짝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이상하게 자꾸 하게 되더라. 어느 날은 내 감정을 주체못하고 눈물이 났다. 조용한 방에서, 물을 주며 "오늘 너무 버거웠어"라고 말했는데 그 말 하나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그 식물은, 그 조용한 존재는 내 감정을 흡수해주는 벽 같았다.
하루 1분, 식물에게 감정을 말하는 루틴
지금은 이 루틴을 매일 한다. 소소하게 이름을 붙이자면 ‘하루 1분 대화 루틴’이다. 시간은 정해놓지 않아도 된다. 물을 줄 때, 창문을 열 때, 그냥 식물을 바라보다가. 나는 마음속에 떠오른 감정을 간단하게 말로 꺼낸다. 이런 식이다.
- "나 요즘 괜히 예민해졌어. 근데 너 보니까 조금 힘이 난다."
- "오늘 진짜 힘들었어. 사람들한테 말 못 해서 답답했는데, 네 앞에선 그냥 모든걸 다 말하게 돼."
- "너는 조용히 잘 자라네. 나도 좀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어."
- "감정이 자꾸 맴돌아. 근데 너한테 얘기하면 내 감정이 차분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야."
말이 익숙해지면 감정도 흘러가기 시작한다
말이 서툴고 감정 표현이 낯설던 나는, 식물에게 말을 걸면서 조금씩 변했다. 그 감정들이 나를 붙잡는 게 아니라, 흐르도록 만들어주는 순간을 자주 느꼈다. 말로 꺼내는 행위는 단순히 목소리 내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지금도 감정이 무거운 날엔 꼭 식물 옆에 앉는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더라도, 그 시간이 감정을 다시 다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 식물은 듣는 존재이자, 감정의 배출구가 되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마무리 – 말하지 못한 감정, 식물에게 털어놓아도 된다
지금도 나는 많은 감정을 혼자 삼키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이 나를 압도하지 않도록, 하루에 한 번이라도 꺼내보려고 한다. 식물은 대답하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 내가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준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 있다면, 오늘은 식물에게 잠깐이라도 털어나보자.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