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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식물 가이드

꽃 피우기 실패 일기 – 왜 꽃이 안 피는 걸까?

by 식물과 나 2025. 5. 5.

꽃 피우기 실패 일기 – 왜 꽃이 안 피는 걸까?

처음 식물을 키울 때, 나의 가장 큰 기대는 ‘언젠가 이 식물이 꽃을 피우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기대했던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분명 싱싱하고 건강해 보이는데, 해가 바뀌도록 꽃은 피지 않았다. 이 글은 그 오랜 기다림과 실패,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감정 기록과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나의 꽃 피우기 실패에 대한 반성글이다.

1. 꽃을 기다리던 나날들 – ‘기대’에서 ‘의심’으로

나는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본 베고니아 마튤라타가 예뻐보여서  작은 베고니아 마큘라타 화분을 농원에서 사가지고 왔다. 점박이 잎이 너무 예뻐서 구입했고, 꽃이 핀다는 설명에 매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물은 아주 정성껏 주었고, 햇살도 잘 드는 창가에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잎만 무성해지고 꽃은 피지 않는 걸 보고 처음으로 감정 라벨에 ‘의심’을 적었다. 내가 뭔가 잘못 키우고 있는 걸까?

2. 실패의 징후 – 꽃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 식물은 분명 잘 자라고 있었지만, 꽃대를 올리는 기미가 없었다. 꽃은커녕 새 잎만 계속 자라났다. 처음엔 잘 자라고 있네 건강하다고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왜 이렇게 잎만 자라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감정 라벨은 ‘답답함’과 ‘기대를 접자’로 바뀌어 갔다.

3. 왜 꽃이 피지 않았을까? – 실패 원인 분석

  • 1) 빛 부족 – 잎이 건강하더라도 개화를 위한 광량이 부족하면 꽃이 피지 않는다. 특히 베고니아는 하루 10시간 이상 밝은 간접광이 필요하다. 내 꽃은 창가에 두었지만 정남향이 아니고 동북향에 가까워서 빛이 부족했던것 같다.
  • 2) 영양 불균형 –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만 주면 잎만 무성하게 자라고, 꽃을 위한 인(P) 성분이 부족할 수 있다.
  • 3) 휴면기 무시 – 어떤 식물은 계절에 따라 휴면기를 보내야 꽃눈이 형성된다. 사계절 내내 실내에서 키우면 개화 신호를 놓치게 된다.
  • 4) 화분의 크기 – 뿌리가 너무 넓게 퍼진 대형 화분은 식물이 성장 위주로 에너지를 쓴다.
  • 5) 식물의 성격 – 어떤 식물은 환경이 완벽해도 개화까지 2~3년이 걸리는 느린 리듬을 가지고 있다.

4. 다시 시도하기 – 실패 이후의 리듬 찾기

나는 그 이후 몇 가지를 시도해보았다. 먼저 위치를 바꿨다. 더 많은 햇빛이 드는 동향 창가로 옮겼다. 그리고 비료를 개화용(인산염 비중이 높은)으로 바꾸었다. 또 한 달간 물 주는 주기를 조정해 휴면기를 흉내 내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나 자신에게 ‘지금 꽃이 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로 했다. 감정 라벨은 ‘기다림’, ‘수용’, 그리고 ‘관찰’로 바뀌어갔다. 식물을 탓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존재로 받아들였다.

5. 그 후의 변화 – 잎과 감정의 회복

솔직히 꽃은 여전히 아직도 피지 않았다. 하지만 잎의 색이 더 선명해지고, 뿌리 부근에 꽃대 비슷한 무언가가 생겼다. 조급한 기대 대신, 관찰의 즐거움이 생겼다. 그건 마치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지금은 감정 라벨을 붙이지 않는다. 식물처럼 조용히 기다리는 중이다.

6. 꽃 피우기에 실패한 이들에게

혹시 지금 당신도 꽃이 피지 않아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꼭 기억하자.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식물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어떤 식물은 꽃보다 잎이 먼저 피고, 어떤 감정은 말보다 시간이 먼저 무르익는다.

나는 꽃을 기다리며 배웠다. 돌봄은 당장의 보상이 아니라, ‘기꺼이 오래 바라보는 힘’이라는 것을. 식물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당신의 식물도, 당신의 삶도, 언젠가 피어날 테니 조급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꽃 피우기 실패 일기 – 왜 꽃이 안 피는 걸까?